2021. 4. 29. 09:16ㆍ일상 에세이
2020년 11월 11일 에세이
몇 개월 전 수영을 시작했다.
요요가 반복됐던 나는 작년에 급속도로 다이어트를 했다. 2달 반 정도의 시간 동안 28kg를 뺐으니 아주 큰 성과였다. 이후 현실에 안주했다. 폭식과 야식, 잦은 음주. 불과 1년이 안돼서 34kg 정도가 쪘다. 코로나 이후 '확찐자'라는 말이 확산되었는데 마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차라리 가만히 있었으면 지금 보다는 나았겠다는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가 있었으나, 개의치 않았다. 다만, 다이어트로 무리한 하중이 갔던 무릎이 다시 살이 찌면서 통증을 유발했다. 다시 살을 빼야 될 시점에 모든 것에 제약이 걸렸다.
유산소 운동은 거의 할 수 없었고, 맨몸 운동도 기피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방법을 고심하던 나는 최대한 무릎에 무리가 안 가는 수영을 선택했다.
제대로 된 강습은 받은 적 없지만, 친구에게 배워 자유영만 할 수 있는 나는 90cm 깊이의 수영장에서 몇 번을 연습한 뒤 바로 170cm의 레인으로 진입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내 키보다 조금 낮은 그 수영장에서 나는 죽음을 경험했다.
잘못된 자세로 인해 몸은 가라앉고, 호흡은 더 거칠어졌다. 결국 물은 물대로 먹고, 물에 대한 공포심은 커졌다. 그 날 집에 와서도 머리는 어지럽고, 귀도 먹먹했다. 계속해서 운동을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다음 날부터 수영장에 들어가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워졌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났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에는 헬스장이 같이 있다. 때문에 수영장을 기피하고, 헬스장에서 주로 운동을 했다. 하지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수영장을 보며,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일주일 후 다시 수영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 날부터는 무조건 수영장에 들어갔다. 대신 전보다 더 조심스럽게 물에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물에 대한 공포심은 사라지고, 물에 있는 시간이 편안해졌다. 호흡도 편해졌다. 출퇴근 시간에는 유튜브 동영상으로 수영하는 법을 검색해봤다. 자세가 좀 더 나아지고 헤엄치는 속도도 붙기 시작했다. 수영이 전보다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수영하는 날이 많아졌고, 또 시간도 늘어났다.
"동이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는 말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어떤 것에 도전할 때 그것이 편해지기 전까지가 가장 어렵고 두렵고 무서운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가끔은 무모할지라도 도전하고 익숙해지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한 발짝 나갈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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