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의 흔한 자전거 타기

2021. 5. 13. 17:34일상 에세이

일상에서 자전거를 타며 느끼는 것들...

 

63빌딩이 보이면, 기분이 좋다. 여의도가 곧 나오게 될 것이라는 걸 말해주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탄지 7년 정도가 된 것 같다. 

유년 시절 이후 자전거를 탄 적이 없던 내가 다시 자전거를 타게 된 계기는 우연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가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짐 정리의 일환으로 자전거를 주고 갔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어 했는데, 탁 트인 전경과 함께 한강을 바라보면 자전거를 타는 일이 생각보다 큰 즐거움을 줬다. 반면에 그 다음 날 다시 회사에 나가는 길은 지옥이었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유산소 운동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유년시절부터 좋아하던 농구나 축구에 비해 유산소 운동인 달리기, 자전거, 수영 등은 매우 지루한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또 어떤 즐거움을 위해 하는 운동인지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이러니하게 최근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운동은 수영과 자전거다. 이전에는 단체 운동이 행복감을 줬다면, 지금은 개인 운동이자 단체 운동인 자전거가 나에게 기쁨을 준다. 

 

최근 들어 살이 많이 찐 '확찐자'가 된 나에게 자전거는 무릎에 무리가 덜 가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위안을 줬다. 체중이 늘어나면, 신체에 직접적인 충격을 많이 받게 되는 타 운동과 달리 자전거는 비교적 수월하게 운동을 이어 나갈 수 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혼자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보니, 다른 사람들과의 일정을 맞추지 않아도 되고, 나의 역량에 따라 운동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매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평일 일과를 끝내고 한강에서 맞이하는 석양은 언제나 아름답다

 

또한 지친 서울 살이에 한강뷰는 큰 힐링으로 다가온다.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고, 돈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술을 마시지 않고,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매우 가까이에서 강이 있는 전경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평소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은 자전거를 타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조용하고 고즈넉한 석양을 보자면, 위안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만약. 시간이 흘러 내가 나중에 다른 곳에서 살게 된다면, 서울의 일상 중 위 사진과 같은 풍경을 가장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팔당가는 길에 위치한 카페 앞 나무. 섬세한 줄기가 뻗쳐있는 것이 기이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나는 평소 끈기가 없는 편이다.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반면, 어떤 한 부분에 오랫동안 빠지지 않는 편이다. 지루함을 쉽게 느낀다고 볼 수 도 있다. 이 부분은 때론 장점, 때론 단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운동도 오래 달리기 같은 운동보다는 단거리를 선호했다. 더 폭발적인 느낌을 가질 수도 있고, 기록 경신의 의의도 상대적으로 커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전거는 내가 가질 수 없는 끈기를 보조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효율성을 높인 기계의 힘으로 언덕은 비교적 수월하게 갈 수 있고, 평지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매커니즘을 제공했다. 게다가 먼 거리까지 이동도 점차 가능해졌다. 

 

긴 거리를 가보는 것. 또는 같은 거리를 더 빠르게 가보는 것. 새로운 지역에 가보는 것 등 자전거는 나름의 목표를 세우고 실현 가능하게 해준 도구이기에 동기부여 측면에서 충족감이 있었다. 처음에는 5km, 그 다음에는 20km, 60km, 120km로 늘어가는 거리는 도전과 성공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것들은 자전거를 넘어 실제로 나의 인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인과 같이 자전거를 탈 땐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며,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기 시작했지만, 코로나 이후 접촉이 없다는 면에서 더욱 각광을 받는 것 같다. 한강에서는 1,000만원이 넘는 고급 자전거부터 유아용 자전거까지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가 한강에 돌아다닌다. 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에 맞춰 각자가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간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서로가 원하는 방향과 속도로 인생을 살아간다. 때론 같이갈 때도 있고, 너무 힘들면 쉬어갈 때도 있다. 때론 어두컴컴한 길을 혼자 외롭게 가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과 속도로 내 능력에 무리가 없도록 안전한 주행을 마무리 짓는 것이 누가 보기에도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운동이자 취미로 시작했던 자전거에서 문득문득 인생을 배운다. 

 

☞ 일상 에세이를 더 보시려면, 브런치로 오세요~!

https://brunch.co.kr/@essay200